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Biz times] 코로나가 바꾼 리더십…위기 관리형 리더 지고 위기 후 내다보는 리더 뜬다

한예경,윤선영 기자
입력 : 
2020-05-07 04:04:01
수정 : 
2020-05-07 07:39:22

글자크기 설정

[Cover Story] 하버드대 국가준비리더십이니셔티브 이끄는 레너드 마커스

메타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순간에 놓인 문제만 보면
본인이 해결하려 나서게 돼
경제·정치까지 얽힌 코로나
`메타` 관점서 넓게 봐야 풀려

위기에 조직 이끄는 방법
현재·미래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사람들 모아 연결시켜
과학과 데이터가 일하게 하라

9·11서 배운 협업 리더십, 지금 인류에 필요한 때
2001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9·11테러가 터진 직후 미국은 말 그대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비규환 속 뉴욕 거리에는 시신을 보관하기 위한 냉동트럭이 처음 등장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든 정부 조직과 기업 리더들은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애썼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어디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도움을 요청할 곳도,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이 이끌던 연방정부는 최고 지성이 모였다는 하버드대에 긴급 도움을 요청했다. 모든 지적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위기 때 리더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려달라는 긴박한 주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보건스쿨 공동 '국가준비리더십이니셔티브(National Preparedness Leadership Initiative·NPLI)' 프로그램이다.

혼란 상태의 리더들을 이 프로그램에 입소시켜 위기 대응 훈련을 시켰다. 세상에 없던 어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리더들을 '준비된' 상태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목적이었다. 요즘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의 주역을 맡고 있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여기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2009년 신종플루(N1H1) 사태에 대응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뉴욕에 다시 시신 보관용 냉동트럭이 등장했다. 9·11테러 때보다 5배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라는 것을 일깨운다. 매경 비즈타임스는 NPLI 프로그램을 2003년부터 이끌어온 레너드 마커스 박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마커스 박사는 "코로나19 위기는 공중보건·경제 등 매우 복잡한 문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안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메타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위기 관리자(crisis manager)'가 아니라 위기 이후를 내다보고 폭넓게 대처할 수 있는 '위기 리더(crisis leader)'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다음은 마커스 박사와 일문일답. ―위기 시 리더에게 필요한 게 '메타 리더십'이라고 했는데 이게 무엇인가.

▷코로나19 위기를 예로 설명하겠다. 코로나19는 리더에게 매우 복잡한 문제를 안기고 있다. 공중보건 문제, 경제적·정치적 문제 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코로나19 위기는 매우 복잡한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 리더가 하는 일은 복잡성을 이해하고 다루는 것이다. 접두사 '메타'는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이해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메타 리더십은 '폭넓은 관점의 리더십'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리더십을 펼치면 문제 해결 방법 역시 매우 폭넓은 관점에서 만들어진다.

―메타 리더십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나를 포함한 몇몇 연구진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분석했다. 이때 일부 리더는 위기를 분석할 때 광범위한 분석을 했다. 리더 스스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또 어떤 사람을 불러들여 문제 해결을 할 것인지 광범위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는 폭넓게 생각하는 메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메타 리더십의 구체적 형성 과정을 설명하겠다. 우선 리더 본인에게서 시작된다. 리더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것이 메타 리더십 형성의 첫 번째 단계다. 다음 과정은 리더가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말하자면, 해당 위기의 '궤도'가 어떻게 될지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 과정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사이를 잇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미션을 주고 그들 사이를 연결한다면,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고 해당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메타 리더십을 발휘한 사람의 예를 들어달라.

▷코로나19 위기 전의 예로는 7년 전 일어났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 상황 속 리더십이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가 발생한 뒤 일부 리더는 즉시 해당 위기의 복잡성을 감지했고 함께 일하며 해당 상황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살리며, 범인을 잡는 것을 최우선시했다. 현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메타 리더십을 발휘한 훌륭한 리더다.

―메타 리더십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까.

▷코로나19 위기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위기는 시작한 뒤 심각해지며, 이후 잠잠해진다. 이 때문에 현 상황에서 메타 리더는 시간이 흐를수록 해당 위기가 얼마나 심각해질지, 이에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지, 코로나19 위기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을 어떻게 줄일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코로나19 위기를 완벽하게 종료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모든 위기에는 끝이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되도록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다.

―공동 저서 '당신이 리더다: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법(You're It: Crisis, Change, and How to Lead When It Matters Most)'에서 "메타 리더십은 사람들을 모아 그들이 공동의 목적(shared purpose)으로 함께 일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 위기 상황에서 공동의 목적은 무엇인가.

▷현 위기 상황에서 공동의 목적은 코로나19 전염과 감염자 사망을 줄이는 것이다. 덧붙여 경제를 되살리고, 사람들이 다시 직장에 나가고,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공동의 목적이다. 하지만 이는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잘못하면 또다시 팬데믹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 경제활동을 너무 빨리 개방하면 다시 팬데믹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리더는 우선순위를 기반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 다시 효율적으로 사회 활동이 시작되게 만들어야 한다.

―현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은 데이터를 따르는 것이다. 과학(과학적 근거)에 중점을 두고, 과학자를 지원하며 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고, 그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도록 투자하는 것이다. 또 과학자 의견을 기반으로 공공정책을 만들어 사람들을 계속 보호하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당신은 테러 등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던 리더들을 많이 만났다. 리더십 연구는 어떻게 했는가. ▷위기 현장에서 리더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예로, 2005년 미국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라는 끔찍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의 디렉터는 마이클 브라운이었다. 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위기 당시 그와 함께 루이지애나주에서 일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연안경비대의 사령관이었던 새드 앨런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임시 디렉터였던 리처드 베서와 함께 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회의에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나아가 우리는 위기 현장뿐만 아니라 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리더들을 인터뷰를 하며 위기 상황 당시에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또 어떤 생각을 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위기를 맞닥뜨릴 미래의 리더들에게 어떤 배울 점을 주는지 알아본다.

―바이러스발 위기와 다른 유형의 위기의 차이점은.

▷바이러스발 위기와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위기의 차이점 한 가지는 후자는 특정한 장소에서 발생하고 특정한 그룹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로, 9·11 테러는 뉴욕과 미국 국방부 건물이 위치한 워싱턴 DC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대형 허리케인 역시 특정한 장소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누구는 영향을 받았고 누구는 받지 않았다'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매우 다른 유형의 위기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을까 봐 겁을 먹는다. 때문에, 바이러스로 촉발된 위기는 사람들의 삶과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현 위기 상황에서의 국가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국을 말하자면, 보통은 워싱턴 중심의 리더십과 메시지가 전달된다. 하지만 이번 위기 상황에서는 백악관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지사들과 시장들이 각기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국가마다 리더들이 각자 다른 위기 극복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리더들이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위험한지.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위험 요소를 이겨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듣고 이랬다 저랬다 한다면 '진짜 극복 방법'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사람들이 일관된 위기 극복 방법을 따른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일관된 해결책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끝없이 퍼지고 있다.

―위기 상황의 리더(crisis leader)와 위기관리자(crisis manager)에 차이가 있나.

▷위기관리자는 지금 이 순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즉시 적용될 수 있는 문제 해결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반면 위기 상황의 리더는 미래를 내다본다. '2주 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등 생각을 하는 것이다. 메타 리더는 위기 상황의 리더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기 역시 '진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닥칠 상황을 준비하는 사람이 메타 리더다.

사진설명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메타 리더가 해야 하지만 아직 안 한 일이 있다면. ▷이제 닫혀 있던 경제(활동)를 조금씩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집에 머물러라'는 규정을 마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들의 마주한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경제 활동 재개를 단계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최근 미국 주지사 중 몇 명이 메타 리더십을 보였다. 함께 협력하며 사람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예로,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의 주지사들은 경제 재개를 위해 공동의 접근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당신은 하버드대의 위기 리더십 교육 · 리서치 프로그램인 '국가 준비 리더십 이니셔티브(NPLI)'를 공동 설립했다.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미국에서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싸우는 고위급 리더들과 만나 메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현 위기에서 메타 리더십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얘기해 왔다. 또 1000명 이상 기업 임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며 현 위기에 대한 대응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리더들과 만나며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메타 리더십에 대해 알리고 있다. 또 우리 프로그램 학생 중에는 이탈리아에서 비상상황관리자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의 경험을 듣고 다른 국가의 리더들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을 전달하고 싶다.

― NPLI 프로그램이 9·11 이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설립됐다던데 어떻게 운영되나.

▷이 프로그램은 '당신이 리더다'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조지프 헨더슨과 함께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을 설립하면서 우리끼리 함께 한 약속이 있다. 바로 사무실에 앉아서 위기 속 리더들을 연구하지 않겠다는 점이었다. 위기 상황 현장에서 리더들을 연구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2003년 맺어진 이 다짐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하버드대에 와서 6일 동안 세미나를 듣는다. 그다음에 6개월 동안 메타 리더십 관련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에는 다시 하버드대로 돌아와 교수들에게 해당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각 수업을 집단(cohort)이라 불린다. 현재 진행되는 수업은 '집단 18'이다. 만약 그냥 'A 수업'이라고 이름을 짓는다면 해당 수업이 진행되는 순간에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집단은 네트워크를 나타낸다. 수업이 끝나고도 네트워크는 이어진다.

―NPLI 프로그램 졸업생 중에 현장에서 위기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미국 교통안전국의 디렉터 였던 피터 네핀저가 있다. 그는 NPLI 프로그램 졸업생이자 현재 교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교통안전국 디렉터였을 당시 보안과 체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네핀저 교수의 리더십을 연구했다. 그는 해당 문제를 매우 폭넓게 관찰했고, 공항, 항공사, 그리고 정부를 한군데로 모아서 해당 기관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9·11이전과 비교한다면 미국은 9·11 이후에 위기 상황에 잘 대비된 상태일까.

▷그렇다. 우리 교수진 중 한 명은 리처드 세리노다. 그는 NPLI 프로그램의 첫 수업을 들었고 이후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부디렉터로 부임했다. 그가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에서 이룬 업적 중 하나는 FEMA에 국가 대응 협업 센터(national response coordination center)를 설립한 것이다. 해당 센터는 위기 발생 시 전 지역에서 정부 리더, 비즈니스 리더 등 다양한 리더가 모여 함께 일할 수 있는 장소다. 세리노 교수는 FEMA에 메타 리더십을 심었고, 현재까지도 FEMA에서 메타 리더십이 실현되고 있다.

▶▶ 레너드 마커스 박사(하버드대 국가준비리더십이니셔티브(NPLI) 디렉터)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졸업 후 브랜다이스대에서 정책학과 조직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헬스케어 협상과 분쟁 해결 프로그램' 디렉터로 부임해 현재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1995년 출간된 그의 공동 집필 저서 '헬스케어 분야에서 재협상하기(Renegotiating Health Care: Resolving Conflict to Build Collaboration)'는 헬스케어 부문에서 일어나는 충돌 해결 방법과 협상 방법을 다뤘다. 이후 2003년 NPLI 프로그램을 공동 설립하며 '메타 리더십' 개념을 창시했다. 그는 현재 '헬스케어 협상과 분쟁 해결 프로그램' 디렉터와 더불어 NPLI 프로그램 공동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작년 출간된 공동 저서 '당신이 리더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딥워터 호라이즌, 보스턴 마라톤 테러, 에볼라 사태 등 심각한 위기 현장에서 고위급 리더들과 함께 일하며 연구한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한예경 기자 / 윤선영 연구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