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급변 대비할 마지막 10년…신중년 활약할 길 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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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09. 오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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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초고속 고령화 대응은?

한 세대 만에 출생아 60% 줄고
65살 이상은 20년 뒤 34%로

조 “수도권 집중 막는 게 최우선
사회 지탱할 연령축 재편 논의를”

서 “생산인구-피부양층 균형 맞도록
새로운 사회경제시스템 서둘러야”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엔?

서 “1~3차와 전혀 다른 접근법 필요
정책만으로 한계…개인들도 대비를
베이비부머 경력·경험 살려나가야”

조 “1980~90년대 인구변동 잘못 대처
이제라도 일관된 목표와 정책 펴야
향후 10년이 사회대타협 이룰 기회”
서형수(왼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지난 10월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저출산·고령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변동에 대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공동 기획한 ‘초고령 대한민국, 신중년 시대’ 3부 첫 순서로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대담을 마련해 저출산 고령화의 원인과 진단, 미래 모습과 대응 전략을 짚어봤다. 올해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맏이 격인 1955년생들이 65살이 되어 법정 노인 대열에 합류하는 해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8~74년생)의 막내인 1974년생들이 고령자가 되는 2040년까지 20년 동안 고령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곤두박질치는 출산율 문제도 심각하다.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인구변동 속에 기회는 없는 것일까? 두 분의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아봤다. 대담은 지난 10월15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조영태(이하 조) 저출산 고령화로 대변되는 급격한 인구변동은 우리 사회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라 두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고령화는 전세계적인 인구현상이기도 합니다. 저출산은 더 심각합니다. 부모 자식 간 나이 차가 30살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60% 넘게 줄었습니다. 한 세대 간 인구 차이가 이렇게 나는 경우는 전쟁 상황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서형수(이하 서) 급격한 고령화도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현실입니다. 올해 전체 인구에서 65살 이상 노인인구는 15.7%입니다. 20년 뒤에는 33.9%가 됩니다. 전체 인구 가운데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겁니다. 일본은 이렇게 되는 데 39년이 걸립니다만 우리는 20년 만에 도달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노인인구가 22명인데요, 불과 20년 뒤인 2040년이 되면 60명으로 늘어납니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노인인구가 60명이 되고 그다음 2065년이 되면 100명으로 늘어납니다.

초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랜 기간 복지 자원과 경제적 자원 등을 투입하였는데도 실질적인 효과가 나지 않고 있죠. 물리적인 집중과 지방에 있는 청년들의 심리적인 불안감, 이것을 ‘심리적인 밀도’라고 표현하는데 이 두 가지가 해소되지 않으면 그 어떤 복지정책이 나오더라도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초저출산을 극복하고자 한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을 반드시 마련해 추진해야 합니다.

인구문제는 구조 변화를 완화시키는 정책이 있고, 인구 변화를 상수로 보고 적응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지금은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사회경제시스템을 짜는 게 필요합니다. 교육·산업·고용·도시주택·의료보험·사회보장 등 전 부문에서 말이죠.

인구 성장 모형을 보면 인구는 언제나 오르기만 하고 또 내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규칙적으로 왔다갔다하고 끊임없이 변동합니다. 국민들이 인구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정부는 국민들이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사회가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미리 대비하면 불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문제가 동시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 격차, 특히 기업 간의 격차, 거기서 오는 일자리 격차,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큽니다. 그것이 결국 임금소득 격차, 그리고 고용 격차, 사회보장 격차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의 격차를 줄이면서 주택시장과 사회보장의 구조적 문제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연공제 임금체계를 손봐야 합니다. 앞서 말한 기업 격차, 일자리 격차와 함께 현재의 고령층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덧붙인다면 우리 사회구조를 지탱해온 연령축에 대한 논의도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예컨대 18살에 대학에 들어가고 25~26살에 직장에 들어가고, 과거에는 그때 결혼도 했죠. 사회구조는 이런 연령축에 맞춰 잡혀 있는데 이 연령축이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이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노령 기준을 65살에서 70살로 올린다면 정년 연장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연공서열이 없어져야 하고 또 재교육이 뒤따라야 합니다. 필요한 제도들이 한꺼번에 이야기되어야지 순차적으로 가기는 힘들 겁니다.

고령사회는 생산가능인구와 피부양층의 균형 자체가 깨지는 것이기에 저도 연령축에 대한 새로운 역할 규정을 포함한 사회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라는 건 결국 사람으로 구성되잖아요. 출생, 이동, 사망으로 사회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의 특성을 인구현상의 의미로 보면 예측이 가능하고 미래 사회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인구변동’의 특성을 통해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인구학자다. 출생, 이동, 도시집중, 해외 인구 유입 등을 보면 청년실업, 산업구조, 노후준비 등 미래를 어느 정도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인구 변화가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각자의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한다면 우리의 미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아까 부위원장님께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이 굉장이 많이 있는데 사실 저는 1980년대 인구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82년생 김지영’이 나왔을 때 대략 85만~86만명이 태어났을 겁니다.

84만8천명입니다. 1984년은 67만5천명으로 2년 만에 17만명이 줄었습니다.

네, 그렇죠. 그런데 1987년엔 63만명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니까 4~5년 동안에 20만명이 줄었다는 건 국가적으로 보면 굉장히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문헌을 찾아봐도 이게 위기다, 잘못됐다는 게 없습니다. 90년대 초반엔 출생아 수가 다시 늘어나 94년생 때 다시 75만명이 됐습니다. 그러니까 ‘봐라,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당시 또 다른 문제는 남아선호사상이었죠. 당시 출산율이 1.6이었는데 실제로 여자아이들이 100명 태어나면 남자아이들이 115명 태어났습니다. 출산율로 계산해보니 1.6의 반이면 0.8이어야 하는데 여자아이들은 0.6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이 될 거라는 것은 그때 이미 예고된 것이죠. 인구라는 건 30년 뒤에 한 터울을 결정합니다. 그때 신경을 안 쓴 거죠.

2000년대 들어 출산율이 급락하자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만들었다. 국가 차원에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대응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서형수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신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세우는데요, 오는 12월에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합니다. 지금은 1, 2, 3차 기본계획을 세울 때와는 전혀 다른 인구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4차 계획이 끝날 때는 65살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기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 비전과 목표가 필요합니다.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것이죠. 다만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사업은 부처별로 수립하고 위원회는 정책을 심의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 점이 한계입니다.

4차 기본계획에 뭐가 담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하는 목표점이 있다면 이걸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획’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하는데, 이것은 수년 내에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거시적으로 설계하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인구정책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지역 또는 정치적 변수로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국가의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데, 인구정책에 그런 기획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풀기에는 정부 정책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노후대책으로 개인들도 지금까지는 돈과 건강을 준비하는 것만 생각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 것인지도 준비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직장은 평균 열 번 이상 바뀔 것이고 직업이 세 번 이상 바뀌는 시대가 올 거라고 봅니다. 대학 위주의 학력교육에서 평생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올해 교육예산이 64조원인데 평생교육 예산은 6700억원입니다. 딱 1%입니다. 유럽은 5~15% 정도가 평생교육 예산입니다. 앞으로 대학,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지역, 기업과 연계한 평생학습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과 고용, 복지까지 포괄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평생교육 관련 예산이 1%밖에 안 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사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군요. 앞으로 이직은 여러 번 하고 전직도 세 번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동의합니다. 교수 사회에선 대학교수야말로 사회적으로 존중받으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사실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 말고는 이게 깨진 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지금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한창 진행 중인데요, 앞으로 30여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이 60살이 될 겁니다. 우리 사회의 중간 허리층 연령대가 50~60대가 된다는 얘기죠. 베이비부머의 가장 큰 장점인 직장 경력과 풍부한 인생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서 베이비부머들이 쌓은 특정 분야 전문지식이나 경력과 일자리 간 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돌봄 일자리가 새로운 영역일 수 있다고 봅니다. 유럽에선 노년인구에 대한 노인 돌봄인력이 10~15%가 됩니다. 노년인구가 1000만명이면 100만명에서 150만명 정도가 돌봄인력이라는 얘기죠.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면 노인인구가 19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에서 10%면 190만명의 돌봄 일자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신중년은 현재 1500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 절반 정도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서 직업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들이 차지할 수 있는 700만~800만개 정도 일자리를 기존의 일자리든, 중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든, 돌봄 영역이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고 정부도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신중년층의 귀농·귀촌도 인생 후반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앞으로 10년 동안 인구가 줄긴 줄지만 크게 줄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베이비부머들이 경제활동을 할 것이어서 초저출산이 만들어낼 사회경제적 여파를 상쇄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저는 이 10년이 우리나라에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연공서열을 들어내고 사회구조 재편을 포함한 사회적인 대타협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서 정비를 해야만 미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형수

서울대 법학과 졸업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사회적기업가학교 교장

20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남 양산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조영태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미국 텍사스대 사회학 석사·인구학 박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한국인구학회 이사

저서 <정해진 미래>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등

진행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정리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사진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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