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아야

최근 조유나 양 관련 사건으로 사회에 아동인권 중요성 경종
교회, 생명 중요성에 대한 대사회적 선포 및 교육과 위기 가정 돌봄 필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2년 07월 09일(토) 14:14
'자녀 살해 후 자살'은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라는 목소리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체험학습 신청을 냈으나 체험학습 기간이 끝나도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던 조유나 양(10)이 결국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지난달 말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최근 부모의 자살 전 어린 자녀가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교회도 사회에 대해 '생명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선포하고, 위기 가정에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유나 양의 아버지 조 모씨가 1억 5000여만 원의 부채가 있고, 투자손실로 빚이 늘어나면서 평소 지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온 것과 어머니 이모(35)씨도 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정황을 확인하며, 부모가 유나 양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과거에는 가족이 '동반자살'을 했다고 칭했으나, 살해당한 자녀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해진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최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형태의 사건으로, 이에 대해 사회에서는 부모가 자신들의 목숨을 끊는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자녀의 목숨까지 끊게 하는 것은 명백한 살인이며,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뒤틀린 문화의 극단적 표현이라며,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아동인권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020년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 성명서는 '양천구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이후에 발표한 성명으로, 당시 5세와 1세로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아이들의 생명권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 박탈당한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성명서에서는 "우리 사회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두고 부모가 '오죽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를 떠올리며 온정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아동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독립적 인격체이다. 따라서, 부모가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해 최소 25명의 아이들이 '자녀 살해 후 자살'로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사망자 수는 2018년 아동학대 사망자 수인 28명에 버금갈 정도의 수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 성명서에서는 정부를 향해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통계를 구축하고 공표할 것 △현행 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위기 가정을 촘촘하게 찾아내고 지원 할 것 △자녀 살해를 온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국가의 책무를 다할 것 △지역사회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서비스를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최근 법원에서도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하려다 미수에 그친 부모에 대한 재판에서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명목 하에 부모가 자식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 행위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리며, 4년 정도의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중에는 살해 당한 자녀의 시신 부검 시 자녀가 죽음에 저항한 정황이 종종 발견되기도 해 죽음을 원치 않는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고 믿었던 부모에게 원망과 공포감을 느끼며 죽어갔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생명은 절대적 가치인데 돈을 삶의 조건으로 보니 부모 본인들이 죽을 결심을 한 것이고, 자기들 없이 아이가 이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니 삶을 마감시키고, 자기들도 세상을 떠난 것"이라며, "생명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있는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어른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우리 사회는 부자 되는 법을 강조하지만 교회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사회에 선포하고, 교인들을 교육하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교회에 가면 살 길이 있다는 것을 위기 때 기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기관들과 협력해 자살과 자녀 살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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