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청년사장님 멋져요!” 했더니…“취업 못해 장사 뛰어들어요”

박홍주 기자
입력 : 
2023-01-11 07:00:25

글자크기 설정

MZ세대의 취업상담
MZ세대의 취업상담 [사진출처 = 연합뉴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생활을 3년 넘게 하다가 포기하고 보니 기업 공채에서도 번번이 떨어졌어요. 나이도 있으니 취직은 어렵겠다 싶어 단념하고 장사를 시작했어요. 모아뒀던 돈에 아버지 퇴직금, 대출을 더해서 부랴부랴 식당을 차렸는데 막막합니다.”

지난해 인천에 곱창집을 연 최 모씨(30)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연거푸 낙방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업 공채에 도전했지만 계속 미끄러졌다. 최씨는 “기업도 전문성 있는 사람들만 수시채용으로 골라서 뽑는데, 공시생 경험만으로는 더 도전할 자신이 없었다”며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권리금이 낮은 자리를 골라 가게를 열긴 했는데, 적자인 달이 더 많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 앞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공무원 등에 집중됐던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창업으로 발을 넓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다급하게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이하 젊은층이 설립한 사업체 수는 2018년 42만개에서 2021년 87만2000개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20대가 차린 사업체 수가 6만7000개에서 21만3000개로 3배 이상 훌쩍 늘어났다. 재작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 국면 등을 거치며 취업문이 좁아지자 젊은층이 자구책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창업을 희망한다고 꼽은 응답자 중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이 어려워서’를 이유로 꼽은 사람의 비중은 2018년 5.9%에서 지난해 11.1%까지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연령에 구애받지 않아서’(20.3%) 등 간접적인 요인까지 감안하면 취업난의 영향은 더 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배달전문 음식점을 차린 김 모씨(28)는 사기업 취업을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여의치 않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전문점을 차렸다. 김씨는 “고졸 학력으로는 중소기업 취업도 쉽지 않아 부모님께 손을 벌려 가게를 마련했다”며 “구인난이라고 하는 회사들에서도 잠깐씩 일했는데, 사실상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열악해 ‘이럴 바엔 내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취업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리란 우울한 전망도 젊은층의 ‘강제 창업’에 부채질을 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3년 취업자 증가수를 8만4000여명 수준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도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8만~10만명 내외로 내다본다. 지난해 79만1000명에 비하면 10분의 1토막인 셈이다. 김씨는 “참고 더 스펙을 쌓으면 나아지리란 기대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오히려 더 나빠진다는 얘기만 들리니 ‘어차피 취업을 포기해야 하면 하루라도 빨리 단념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강제 취업’에 앞서 충분한 교육과 준비, 창업을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종의 ‘패자부활전’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생 무료창업 지원을 확대하고, 청년들에 대한 창업지원금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외국인 직접투자로 국내에 들어오는 일자리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 일자리가 3배 가까이 된다”며 “투자세액공제율을 다른 선진국들 수준으로 높이고, 법인세를 비롯한 기업 규제를 풀어 기업 활동을 지원해 고용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