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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 “대학 갈 필요 없다” 분위기 확산 엔데믹으로 서비스 일자리 확대 높은 학자금 부채도 원인

추동훈
입력 : 
2023-07-10 13: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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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코로나가 몰고온 MZ세대의 취업 트렌드가 고용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더 이상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히 밥벌이를 할 수 있단 생각들이 확산되며 기업이 필요한 인재와 실제 구직에 나서는 구직자 간 온도 차가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고용 인구 급감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은 결국 구직자들의 몸값을 올렸고 굳이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원하는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과 여가의 균형이라 불리는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월 29일 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16~24세 연령층의 대학 진학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크게 하락했다고 조사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66.2%에 달했던 대학 진학률이 지난 2022년 62%로 4.2%포인트 가량 대폭 떨어졌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 70.1%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점차 진학률이 떨어지며 대학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대학교 학비 부담이 무척 큰데, 이러한 학자금 부담을 졸업 후 취업을 하더라도 상당 기간 안고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직장과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학 졸업장은 선택보단 필수로 인식돼왔던 것이 기존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과 더불어 미국의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청년층의 학자금 부담은 나날이 커졌고 이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 중이다.

우선 청년층의 소득 수준은 기성세대와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월 12일 MZ세대와 베이비붐세대 간 소득 격차가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자료를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카드 지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1928~1945년에 태어난 고령층 세대는 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5.3% 증가하며 세대 구간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이어 베이비붐세대 역시 2.2% 늘어 소비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밀레니얼세대. 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지출은 1년 동안 무려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소비의 선순환 고리가 결국 MZ세대에서 끊기며 이러한 부와 소비의 불균형이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 노년층 소비 증가는 엔데믹을 맞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3년간 자유를 빼앗겼던 미국의 중장년층이 숙박, 항공, 크루즈 등 여행 관련 산업에 대한 소비를 크게 늘리며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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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회보장금 혜택을 받는 노년층의 경우 이러한 연금 혜택으로 소비 지출을 더욱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사회보장금 수급자는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큰 폭인 8.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사회보장금 역시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중년층 이상 세대의 소비 규모는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전문지식 없어도 충분히 잘 벌고 잘 쓴다

문제는 청년층이다. 유례 없는 금리 인상 기조로 학자금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곳곳에서 터진 인플레이션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임차료와 주택가격,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 등 주거 관련 비용의 부담이 크게 확대된 것이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드는 주범이 된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거지를 이동하거나 새로운 집을 마련하는 등 이사비용도 크게 늘어났다.

데이비드 틴슬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세대 간 소비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실직 상태인 청년들을 위한 학자금 유예 정책도 그 수명을 다했다. 3년 가까이 유예돼온 해당 정책은 오는 8월 말부터 학자금 상환을 재개하며 사실상 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공략이기도 했던 학자금 탕감안은 부모의 연소득이 12만5000달러 미만일 경우 최대 1만 달러를, 연방 재정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 가정의 경우 2만달러까지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연방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로 인해 현재 소송이 제기되며 제동이 걸렸다. 결국 부채 한도 협정 과정에서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힌 해당 정책은 조항이 삭제되며 사실상 그 모습을 감췄다.

학자금유예 프로그램 8월이면 종료

이로 인해 미국에서 당장 8월부터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인원만 자그만치 4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8월부터 최소 수십달러에서 수백달러에 달하는 월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청년층들의 고통은 더욱 배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소비자금융보호국에서 분석한 결과 전체 학자금 대출자 중 20% 이상이 당장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연방 교육부는 일부 해당자를 대상으로 연체료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학자금대출자들에게 상환 재개를 알리는 통지서를 발송 중이다”라며 “부채 한도 협정에 따라 대출금 상환 유예기간은 연장할 수 없지만 다른 벌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신중하게 답했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지출 부담만 늘린 게 아니라 학자금 부담의 규모도 크게 늘렸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대학을 다녔거나 이 기간에 졸업한 학생들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인해 평균 1만~2만달러의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대출금리 이자 상승은 이들에게 이중고라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방 학자금대출자 중 약 7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은 만25세 미만이란 점도 문제다. 아직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전인 20대 초반의 나이에 첫 사회생활을 빚더미 속에서 시작해야 할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들의 평균 대출잔액도 무려 1만4000달러로 부담이 상당하다. 2021년 기준 채무 불이행자의 평균 잔액은 1만5300달러. 즉 사실상 채무상환 불능에 빠질 수 있을 만큼 큰 금액을 원금으로 가지고 사회에 첫발을 떼야 하는 청춘들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비영리재단 학자금부채위기센터는 최근 성명을 발표해 “학자금 대출 상환을 재개한다면 최근 졸업생들의 채무 불이행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전에 본 적 없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래 사회의 주축이 될 청년층이 대출금을 상환하기위해 소비와 지출을 모두 줄이고 절약에 몰두하는 모습은 미국 경제가 가장 바라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다. 또 여행, 식당 등 각종 경비를 줄일 경우 기업들의 판매 부진과 마진 악화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열쇠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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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 앞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요구하는 시위대. <사진 연합뉴스>

학자금 부채에 소비 못 하는 MZ

대학 진학에 대한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실제 대학 진학률조차 크게 떨어지며 고용시장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청년층 취업에 학위가 필요할 만큼의 전문성이 없더라도 쉽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급증했다. 게다가 과거 박봉으로 대표됐던 이러한 일자리는 인플레이션 효과로 임금까지 크게 오르며 비싼 학비를 내면서 대학을 다녀야 할 이유를 찾아볼 수 없게 된 셈이다.

실제 미국 대학 학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싸기로 유명하다. 2022년 기준 미국의 연평균 사립대 등록금은 3만8185달러, 공립대는 2만2698달러(약 3080만원) 수준이다. 일부 대학은 1억원이 넘는 등 비싼 학비 탓에 학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학 졸업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기류에는 엔데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2021년엔 모두 일자리를 구하기보단 집 안에 꽁꽁 숨어 재택 활동에 열중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사람들은 레스토랑과 테마파크 등을 직접 찾아가고 즐기는 등 오프라인 시대의 부활을 곳곳에서 알렸다. 이러한 산업의 재개로 서비스업 등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평균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이 20% 증가한 데 비해 레저, 접객업 등에 종사하는 일반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30%나 급증했다.

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레스토랑 종업원의 시간당 임금 중간값은 14달러로 최저임금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며 “젊은층일수록 한 일자리에 머물며 승진과 고연봉에 목숨을 걸기보단 적당히 벌고 적당히 쓸 수 있는 수준의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 학위가 필요 없더라도 별도의 교육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자리 임금은 더욱 높다. 기계공은 시간 당 23.32달러, 목수는 24.71달러를 받으며 일반 서비스 직종보다 무려 10달러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 임금 중간값인 22.26달러보다도 높다.

반면 제조업과 물류업은 일손 부족으로 경영의 애로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보다 숙련된 노동자와 오랜 시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지만 이 조건에 만족하는 젊은 노동자를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란 뜻이다.

이러한 고용시장의 미스매치는 실업률은 낮은데도 불구하고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는 기업들을 양상하는 아이러니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16~19세 노동자 실업률은 9.2%를 기록해 7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학 학사학위가 없어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임금도 괜찮은데 비싼 학비를 내고 대학에 갈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이제 더 이상 가방끈만 길다고 성공하거나 돈을 더 많이 버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밝혔다.

결국 고용시장에서 몸값이 올라간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이들을 설득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린다. 문제는 이러한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뾰족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결국 정책을 준비할 정부 관계자들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강한 고용의 약화를 금리 인하의 선제조건으로 연방준비제도가 일찌감치 선언한 만큼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미국 거시 경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셈이다. 미국 금융시장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고용시장의 불균형이다”라며 “MZ세대의 일자리 니즈를 잘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전략들을 선보여야 시장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정치부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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