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 잡으려다 우울한 ‘혼술 늪’ 빠질라

박효순 기자
그래픽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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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마시는 술보다
습관화될 가능성 높아
입원 확률 ‘최대 9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송년모임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이름하여 ‘홈술족’의 ‘혼술’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의 전용준 원장(내과)은 “집에서 긴장감 없이 마시는 혼술은 더욱 자제가 어렵기 때문에 음주가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혼술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음주량과 빈도가 늘어나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대 간호대 연구팀에 따르면, 혼술은 다른 사람과 함께 마시는 경우보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입원할 확률이 최대 9배까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음주보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작은 양이라도 계속 마시다보면 음주량이 점점 늘어나고, 과음과 폭음을 지속하면 알코올이 장기적으로 세로토닌(일명 행복호르몬) 분비체계에 교란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하고 증상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보라 원장은 “술은 잠시 감정을 마비시킬 수는 있지만 치유해줄 수는 없다”며 “오히려 술에서 깨어나 마주한 현실에 더 허무함을 느끼거나 자책만 남게 되는데, 이 감정이 괴로워 다시 술을 마시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뇌가 알코올에 중독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분위기 속 혼술 증가
매년 7만명 치료…여성 급증
평소부터 절주 등 노력 필요

국내에서는 한 해 7만명 이상이 알코올의존증으로 치료받는다. 특히 여성층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알코올은 뇌, 신경, 소화기 등 200여개 질환과 관련 있다”면서 “과도한 음주는 뇌의 도파민 분비에 문제를 일으켜 중독(의존)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코올은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발암물질을 생성해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간암, 구강인두암과 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직장암, 유방암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보고된다. 알코올은 암 외에도 심혈관질환, 만성질환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8)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여성의 고위험 음주는 2005년 3.4%에서 2018년 8.4%로 2.5배 늘었다. 고위험 음주란 주 2회 이상, 여성이 한 번에 5잔 이상 음주하는 비율이다. 고위험 음주뿐만 아니라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도 늘었다. 최근 전체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반대로 여성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는 “전체 알코올 소비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20~30대 여성의 경우 사회경제적 활동 참여 증가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우울감 증가 등의 요인으로 음주 문제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며 “음주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는데도 지속해서 마시거나 술 마시는 양이 점점 늘거나, 같은 양으로 만족감이 줄어드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주요 건강 위험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정책 효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음주는 9조4524억원 상당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흡연(7조1258억원)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중독연구특별위원회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상습적인 ‘혼술’과 연말 송년회 등 잦은 술자리까지 12월은 과도한 음주를 비롯해 알코올 중독(의존)에 노출되기 쉬운 시기”라며 “연말에 늘어나는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중독 없이 건강하게 즐기려면 음주 폐해를 바로 알고, 절주와 올바른 음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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