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들 ‘코로나 블루’ 심각…‘극단적 선택’ 충동, 10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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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7. 오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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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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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코로나19와 청년’ 관련 보고서 살펴보니[경향신문]



저학력·저소득·미취업 상태일수록 우울증 정도 심해
‘청년수당’ 정부 신뢰도 높여…정책 개입 영향 ‘긍정적’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은 코로나19 이후 자살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년 전 조사에 비해 10배 높은 수치다. 학력과 소득이 낮고 미취업 상태일수록 자살 충동을 느낀 비율이 높았다. 청년층의 우울 정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커지는 등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세대보다) 크고 불평등하다”며 코로나19 지속이 예상되는 향후 2년간 정신건강은 물론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경향신문은 7일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작성한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입수했다. 코로나19와 청년을 주제로 분야별 종합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청년의 노동과 교육훈련, 주거생활, 정신건강, 정부 정책 및 정부 신뢰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한 결과다. 서울 거주 19~34세 연령대 2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8~23일 진행됐다.

청년들은 ‘정신건강’에 취약함을 보였다.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6.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2018년 이뤄진 유사한 조사(2.7%)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우울감도 높았다. 우울증 척도 검사(CES-D)를 활용해 파악한 결과 청년의 우울 점수는 60점 만점에 20.46점이었다. 16점 이상이면 경도의 우울증으로 분류한다. 이 또한 지난해 청년 대상으로 이뤄진 유사한 연구(16.7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우울의 정도로 보면, 25점 이상의 중증의 우울 증상 비율이 36.3%로 높았다.

센터가 운영하는 온라인 고민상담소 ‘하이데어’에 접수된 정신건강 관련 고민도 급격히 늘었다. 올 들어 상담소를 찾은 청년 1500여명 중 27.1%가 심리정서적 고민을 털어놔 직업진로(20.8%)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취업·직업진로 고민이 각각 44.1%과 34.2%로 가장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남재욱 부연구위원은 “청년층의 우울과 자살 생각 등은 위급한 수준이다.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긴급한 요구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월별 고용동향 외 월별 정신건강 동향 파악을 과제로 제시했다.



코로나19가 정신건강 외에 일자리나 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사실도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시간 감소, 임금 삭감 등 일과 관련된 부정적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49.6%였다. 채용 일정이 연기·취소되거나 아르바이트 등 소득 기회가 감소하는 등 구직 과정에서 부정적 경험을 한 비율도 87.4%였다. 월세나 관리비, 통신요금, 보험료 중 하나라도 연체했다는 응답은 29.2%, 가족의 집으로 들어가거나 월세가 싼 곳으로 이사하는 등 주거환경을 바꾼 비율도 11.7%로 나타났다.

공통적으로 확인된 현상은 저학력과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부정적 변화를 겪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성별, 연령에 따른 격차보다 학력, 노동시장 지위의 관련성이 더 높았다”고 분석했다. 월별 고용동향 외 월별 정신건강 동향 파악을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2018·2019년 서울시 청년수당 수혜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또 다른 조사에서는 다소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정부 신뢰도 항목에서 일반 청년(4.64)보다 높은 6.08과 6.09를 보였다.

연구를 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청년수당 수혜자들에게는) 코로나19의 공포 속 심리적 저지선이자 삶의 저지선이 생긴 것”이라며 정부 개입의 긍정적 영향에 주목했다.

서 대표는 최근 증가한 20대 여성 자살률이 일종의 선행지표라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20대 초반 남성 상당수는 군에 있어 코로나19 이후 시장진입 단계에서 겪는 충격에 온전히 노출되지 않았다. 20대 여성이 먼저 노출된 것”이라며 “정확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없다면 (충격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소 향후 2년간 종합적인 대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일자리 확대와 생계지원 등을 통해 당장의 생계를 보장하면서도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해 진로 모색 또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진입에 실패한 청년들의 적체로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 대표는 “청년들은 내후년 경제 상황이 회복될 때까지 죽기살기로 버텨야 한다. 적어도 2년간은 공적지원이 따라야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8일 ‘청년보장포럼-코로나19 속 청년, 더 이상 시간이 없다’를 열고 연구조사 결과 발표와 대책 논의를 할 예정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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