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코로나 백수 될 바에야…`대학교 5학년` 26% 늘었다

고민서 기자
입력 : 
2021-01-05 17:34:05
수정 : 
2021-01-06 16:04:32

글자크기 설정

코로나에 실업률 크게 높아져
학점 등 졸업요건 갖췄지만
학사취득 미룬 학생 1만7천명
사진설명
서울 한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지애 씨(가명)는 올해 2월 졸업을 포기하고 한 학기 더 학교에 머무르기로 했다. 졸업에 필요한 요건을 이미 다 갖췄지만, 정작 지원했던 수십 군데 기업 중 어느 곳에서도 합격통지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취업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나름 스펙도 탄탄히 쌓았다고 자신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졸업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하지 못해 대학을 배회하는 졸업 유예생이 늘고 있다. 대학을 '칼졸업'하는 동시에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가 '로또' 수준이 되면서 대학생 신분을 내려놓지 못하는 'NG(No Graduation)족' 현상이 대학가에 만연한 분위기다. 5일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4월 집계를 기준으로 국내 4년제 대학의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총 1만6645명으로 1년 새 26.2% 늘었다. 전문대 등 고등교육기관 전체로는 2019년 1만3443명에서 2020년 1만6963명으로 증가했다.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학위 수여 요건을 전부 갖추고도 졸업 시기를 연기해 학적을 유지하는 학생을 말한다. 학위 취득에 필요한 학점이 부족해 수업 연한을 초과해 등록한 재학생 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졸업 유예제는 2018년까지만 해도 법령 규정 없이 대학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운영됐다. 통계상 정확한 집계가 나온 것도 시행령이 나온 후인 2019년부터다. 그 이전엔 학교에 따라 유예 학생을 재학생으로 보거나 휴학생으로 분류하면서 통계가 들쑥날쑥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졸업 유예를 선택한 학생은 증가해왔다. 교육부가 2016년 12월 발표한 대학 학사제도 개선 방안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졸업 유예생 수(재학생 1만명 이상 대학 기준)는 8270명이었다. 10년 새 학사 학위 취득을 연기한 학생이 약 두 배로 뛴 것이다.

그러나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년(2회, 1회당 한 학기)인 학교가 많아 아예 고의로 졸업 논문을 제출하지 않거나 졸업 이수 학점을 충족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무기한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한 국립대에 다니는 이지호 씨(가명)는 마지막 학기였던 지난해에 구직활동을 하면서 졸업을 1년째 미루고 있다. 이씨는 "주변만 봐도 한 학기에서 1년씩 졸업을 미루는 게 다반사"라며 "간혹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