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정치적 발언 처벌...헌재 합헌 결정

교회 내 정치적 발언 처벌...헌재 합헌 결정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1월 28일(일) 12:27
선거철이 다가오며 '교회 내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해야 하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예배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설교를 하는 등 교회 내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돼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은 '누구든지 종교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이러한 법률조항이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지만, 지난 25일 헌법재판소(헌재, 소장:이종석)는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해당 선거법이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헌법소원심판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 설교시간에 특정 후보를 뽑지 말라는 발언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P목사와 21대 총선을 앞두고 예배 시간에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L목사에 의해 청구됐다.

헌재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신도 조직의 대표자나 간부는 나머지 신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다"며 "신도에게 자신의 지도력, 영향력 등을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재는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의기관의 구성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에 있는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그 형성 단계에서부터 왜곡된다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며 종교단체 내에서 성직자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발언이 공정한 선거문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목사나 장로, 직분자들의 정치적 발언은 선거뿐 아니라 교회 내 갈등, 특히 세대갈등의 원인을 일으킬 수 있으며 건강한 민주주의 문화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과거 정치색이 강한 지역에서 사역했던 A목사는 "한 장로님이 교회 모임에서 반대 성향의 정치인을 비하하는 얘기를 했다가 젊은 집사님들이 분노하는 등 정치적 발언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을 종종 겪었다"며 "교회 내 정치적 발언에는 신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청년부를 담당했던 B목사는 "당시 교회의 담임목사가 'OOO 대통령 뽑은 사람은 다 회개하라'는 등 유권자를 비난하거나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설교를 자주 해 많은 청년과 젊은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심지어 장로가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3040세대의 절반이 넘는 교인들이 목사와 성도들의 정치적 언행 때문에 교회 출석이 꺼려졌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지용근)가 지난 2022년 12월에 발표한 '3040세대 개신교인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 교인의 64%가 '목사의 정치적 설교' 때문에, 58%가 '성도들의 정치적 언행' 때문에 '교회에 가기 싫은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

3040세대의 교회출석의향에 대한 장애요인. (자료출처=목회데이터연구소, 넘버즈리포트 173호 '3040세대 개신교인 신앙의식 조사')
B목사는 "담임목사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교인들이 다 떠나고 나니, 담임목사가 지지하는 사람을 내가 응원하거나 뽑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었다"며 "교회 직분자 한 두 사람의 의견이 교회 전체의 생각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우리 장로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며 양보와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가는 그런 건강한 민주주의 문화가 정착되도록 고민과 노력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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